자녀
장모님의 곰국
40+
2023. 11. 26. 18:13
처가에 처음으로 인사드리러 간 날
장모님께서는 고기가 듬뿍 들어간 곰국을 내어주셨습니다.
장모님의 사랑처럼 따듯하고,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,
국물 한 모금에 긴장이 사르르 풀렸습니다.
그 이후에도 매년 명절에는 장모님의 곰국이 우리를 반겼습니다.
그런데 곰국을 좋아하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습니다.
우리 귀요미(자녀)도 할머니의 곰국을 좋아해서,
다른 곳, 식당의 곰국은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.
왜냐면 다른 곰국은 맛이 없다네요.
저도 그 마음이 뭔지 이해가 됩니다.
어제 처가로 김장을 다녀왔습니다.
우리 귀요미는 또 할머니에게 곰국을 먹고 싶다고 하였고,
곰국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 배우자는
'엄마가 이제 배워서 해줄게' 라고, 말하며
장모님의 레시피를 귀담아들으며 비법을 전수 받았습니다.
전달 해주시는 장모님의 눈빛에는 배우자를 향한 대견함이,
전달받는 배우자와 귀요미의 눈빛에는 희망이 가득했습니다.
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모를 가슴 찡함이 있었습니다.
시간은 잡을 수 없고, 그것을 애써 숨기고 싶은 마음
하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
어제 배우자가 최근 몇 년간 찍은 가족사진을 사진첩으로 만들어
장모님께 선물로 드렸습니다. 그때 장모님과 처형이 하신 말씀이
자꾸 귓가에 맴돕니다.
장모님 : 이때는 참 젊다.
처형 : 엄마, 지금이 제일 젊은 순간이야!
지금 가장 젊으신 우리 장모님의 곰국을 기다리며,
장모님의 청춘을 응원합니다. 사랑합니다 장모님!